오늘따라 축처진 남편의 어깨가 너무나 처량하다. 가을이 되면 남편의 한숨소리에 땅이 꺼질것만 같다. 봄/여름을 무사히 지내는가 싶더니 가을의 문턱이 되니 어김없이 찾아오는 남편의 우울증(?) 내 남편, 도대체 왜그러는 거지?
전재승 시인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소슬한 바람이 창문 틈을 어지럽힌다. 구름 한 점 띄우고 싶을 만큼 파란 하늘이 드높게 펼쳐져 있다. 시나브로 가을이 왔다.“가을에는 / 가을 남자가 되고 싶어 / 가을 음악을 듣고 / 가을 책을 집어 든다 /가을에는 / 가을 남자가 되고 싶어 / 가을 길을 걷고 싶고 / 가을 시를 쓰고 싶다.”
전재승 시인의 <가을II>
옷깃을 여미며 뒹구는 낙엽위를 걸어가는 가을남자….왜 가을만 되면 남편들이 부쩍 외로움을 타는 걸까? 그냥 ‘가을을 좀 타나보다’ 하고 느끼다가 곧 없어지게 마련이지만 가을 내내 우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남편들도 있다.
아..허무해
남자들은 쉽게 말하면 성취 지향적이다. 그러나 여자는 관계(정서)지향적이다. 가을이 한해를 마무리짓는 수확의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이에 반해 남자들은 한해가 저무는 시점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어 놓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성취지향적인 남성들은 이 시점에서 여성들보다 더 많은 좌절감과 공허감, 허무함들을 느낀다는 것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생각들이 남자들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평소에 우울하지 않던 남자들도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래. 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우울하다던데 당신은 어때요?”라고 물어오는 아내의 말에 괜히 자신이 우울한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는 남편에게 “당신, 어때요? 가을인데 우울하지 않아요?”라고 질문하면 십중팔구 이렇게 대답을 할것이다. “그러고보니 나 요즘 조금 우울한것 같은데…가을을 타고 있나?”라고.
Written by Julie Park